고양이에게 목욕을 시켜야 할까요? 저는 5년 전 첫 고양이를 입양했을 때 한 달에 한 번씩 목욕시켰습니다. 강아지처럼 씻겨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고양이는 매번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고, 목욕 후 며칠간 저를 피했어요. 수의사에게 물어보니 고양이는 스스로 그루밍을 하기 때문에 자주 목욕시킬 필요가 없다고 하시더라고요. 그 후로 1년에 2번 정도만 씻기는데 고양이도 저도 훨씬 편해졌습니다. 오늘은 고양이 목욕에 대한 오해를 풀고, 정말 필요한 경우와 스트레스 없이 씻기는 방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셀프 그루밍의 과학적 원리

고양이는 하루에 몇 시간씩 그루밍을 합니다. 혀로 온몸을 핥아서 깨끗하게 유지하는 거예요. 이게 단순히 씻는 행위가 아니라 고양이 생존에 필수적인 본능입니다. 과학적으로 어떤 원리인지 알면 왜 목욕이 불필요한지 이해하게 돼요.
고양이 혀에는 작은 돌기가 수백 개 있습니다. 가시 같은 이 돌기들이 빗 역할을 해서 털에 묻은 먼지와 죽은 털을 제거해요. 저는 현미경으로 찍은 고양이 혀 사진을 본 적이 있는데, 정말 신기하더라고요. 작은 갈고리들이 일정한 방향으로 배열되어 있어서 효율적으로 털을 정리할 수 있습니다. 사람이 빗질하는 것보다 더 꼼꼼하게 관리되는 거죠.
침에는 천연 항균 성분이 들어있습니다. 그루밍을 할 때 침으로 털과 피부를 코팅하면서 세균을 제거해요. 또 체온 조절에도 도움이 됩니다. 침이 증발하면서 열을 식혀주거든요. 여름에 고양이가 더 자주 그루밍하는 이유가 이거예요. 저희 고양이도 더운 날에는 하루 종일 그루밍하는 것 같아요. 이렇게 자연스러운 청결 시스템이 있기 때문에 인위적인 목욕이 꼭 필요하지 않습니다.
그루밍은 심리적 안정에도 중요합니다. 스트레스받을 때 고양이는 더욱 열심히 그루밍해요. 이게 일종의 자가 진정 행위예요. 저희 고양이는 병원 다녀온 날이나 낯선 사람이 왔을 때 한참 동안 그루밍합니다. 이런 행동을 방해하면 고양이는 더 불안해져요. 목욕을 자주 시키면 고양이의 자연스러운 스트레스 해소 방법을 빼앗는 셈입니다.
피부 보호막도 중요한 이유입니다. 고양이 피부에는 천연 오일이 있어서 털을 윤기 나게 하고 피부를 보호해요. 샴푸로 목욕을 하면 이 오일이 벗겨집니다. 그러면 피부가 건조해지고 가려워서 더 많이 긁게 돼요. 저는 처음에 한 달에 한 번씩 목욕시켰을 때 고양이 피부가 비듬처럼 일어났었어요. 목욕 횟수를 줄이고 나서는 털도 더 윤기가 나고 피부도 건강해졌습니다.
목욕이 필요한 특수 상황 5가지
고양이 목욕이 불필요하다고 했지만 예외도 있습니다. 특정 상황에서는 목욕이 필요하고, 오히려 안 시키면 건강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요. 저도 다섯 번의 경우에는 고양이를 씻깁니다.
첫 번째는 심하게 더러워졌을 때입니다. 야외 활동을 하다가 진흙투성이가 되거나, 기름 같은 물질이 묻었다면 씻겨야 해요. 고양이가 스스로 핥아서 해결할 수 없는 수준이라면 목욕이 답입니다. 저희 고양이는 베란다 화분을 넘어뜨려서 온몸에 흙이 묻은 적이 있어요. 그루밍으로는 도저히 안 되겠더라고요. 그때는 어쩔 수 없이 목욕시켰습니다.
두 번째는 설사를 했을 때입니다. 배변 실수로 엉덩이와 꼬리에 변이 묻으면 고양이가 핥을 수 없어요. 그냥 두면 세균 감염 위험이 있고 냄새도 심합니다. 저는 이럴 때 엉덩이 부분만 부분 목욕시켜요. 전신 목욕이 아니라 필요한 부분만 씻기는 거죠. 미지근한 물로 조심스럽게 닦아내고 바로 말려줍니다. 이렇게 하면 스트레스를 최소화할 수 있어요.
세 번째는 피부병이 있을 때입니다. 곰팡이성 피부염이나 지루성 피부염은 약용 샴푸로 목욕하는 게 치료의 일부예요. 수의사가 처방한 샴푸로 일주일에 2회 정도 씻겨야 합니다. 저희 고양이가 작년에 링웜에 걸렸을 때 한 달간 약용 샴푸로 목욕시켰어요.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피부병이 나으니까 고양이도 편해졌습니다. 피부병 치료는 목욕이 꼭 필요한 경우예요.
네 번째는 비만 고양이입니다. 너무 살이 쪄서 그루밍을 제대로 못 하는 고양이가 있어요. 특히 등이나 엉덩이 부분을 혀가 닿지 않아서 더러워집니다. 친구네 고양이가 8킬로그램이 넘는데 스스로 씻지 못해서 한 달에 한 번 목욕시킨다고 해요. 물론 다이어트가 근본적인 해결책이지만, 살을 빼는 동안은 목욕이 필요합니다.
다섯 번째는 노령묘입니다. 나이가 들면 그루밍 능력이 떨어져요. 관절이 아파서 몸을 제대로 핥지 못하거든요. 저희 이웃집 16살 고양이는 그루밍을 거의 안 해서 털이 엉켜있었어요. 2개월에 한 번씩 미온수로 부드럽게 목욕시켜준다고 합니다. 노령묘는 면역력도 약해서 청결이 더 중요하거든요. 다만 스트레스를 최소화하려고 짧고 간단하게 씻긴다고 해요.
최소한의 스트레스로 씻기는 노하우
고양이 목욕이 불가피하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강아지처럼 욕조에 넣고 샤워기로 씻기면 절대 안 됩니다. 고양이는 물을 본능적으로 싫어하거든요. 특별한 방법이 필요해요.
준비 단계가 정말 중요합니다. 목욕 전날부터 고양이 간식을 주면서 욕실에 익숙하게 만드세요. 욕실 문을 열어두고 자유롭게 드나들게 합니다. 저는 목욕 당일 아침에도 욕실에서 간식을 주면서 긴장을 풀어줘요. 또 발톱을 미리 깎아두는 게 좋습니다. 목욕 중에 할퀴면 정말 아프거든요. 저는 한 번 할퀴여서 팔에 상처가 난 적이 있어요.
물 온도와 수압을 조절하세요. 38도 정도의 미지근한 물이 적당하고, 샤워기 수압은 최대한 약하게 해야 합니다. 저는 샤워기 대신 컵을 사용해요. 물을 퍼서 천천히 부으면 고양이가 덜 놀랍니다. 얼굴은 절대 적시지 말고, 몸통부터 천천히 시작하세요. 물소리도 조심해야 해요. 졸졸 흐르는 소리는 괜찮지만 철퍼덕거리는 큰 소리는 무서워합니다.
시간을 최소화하는 게 핵심입니다. 고양이 목욕은 10분 안에 끝내야 해요. 샴푸를 희석해서 미리 준비해두고, 빠르게 바르고 헹궈야 합니다. 저는 타이머를 맞춰놓고 목욕시켜요. 시간이 길어지면 고양이가 패닉 상태가 되거든요. 샴푸도 고양이 전용을 써야 합니다. 사람 샴푸나 강아지 샴푸는 고양이 피부에 자극이 될 수 있어요.
말리는 과정도 신경 써야 합니다. 드라이어 소리를 무서워하는 고양이가 많아요. 저는 수건으로 물기를 최대한 닦아낸 다음, 드라이어는 약풍으로 멀리서 말립니다. 얼굴 쪽은 피하고 몸통만 말려요. 완전히 말리지 않아도 괜찮아요. 70퍼센트 정도만 말리고 나머지는 자연 건조시켜도 됩니다. 고양이를 따뜻한 방에 두면 스스로 그루밍하면서 말리거든요.
목욕 후 관리가 중요합니다. 고양이에게 특별한 간식을 주면서 목욕이 나쁜 경험이 아니라는 걸 알려주세요. 저는 츄르를 주는데 효과가 좋아요. 또 목욕 후 며칠간은 더 많이 놀아주고 스킨십을 해줍니다. 고양이가 받은 스트레스를 풀어줘야 다음 목욕이 좀 더 수월해져요. 절대 목욕 후 바로 방치하면 안 됩니다. 신뢰 관계가 깨질 수 있어요.
결론
고양이는 강아지와 달리 자주 목욕시킬 필요가 없습니다. 셀프 그루밍으로 충분히 청결을 유지할 수 있어요. 1년에 1회에서 2회 정도면 충분하고, 실내에서만 생활하는 고양이는 평생 목욕 안 시켜도 괜찮습니다. 다만 심하게 더러워졌거나 피부병이 있다면 목욕이 필요해요. 이럴 때는 고양이의 스트레스를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빠르고 부드럽게 씻겨야 합니다. 억지로 목욕시키면 고양이와의 관계가 나빠질 수 있어요. 정말 필요할 때만, 최소한으로, 조심스럽게 씻기는 게 답입니다. 고양이의 본능을 존중하고 자연스러운 그루밍을 방해하지 않는 게 최선의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