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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건강과 기능 변화가 복지에 미치는 영향

by mindstree 2025. 6. 20.

진료를 받는 노인의 모습

주관적 건강 인식과 만성질환의 상관관계

고령사회로 접어든 한국에서 노인의 건강 상태는 복지정책 수립과 서비스 제공에 있어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기준 중 하나로 평가된다. 특히 노인의 건강은 단순히 질병의 유무에 따라 평가되기보다는 주관적인 인식과 실제 건강 상태, 그리고 만성질환의 보유 여부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2023년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공동으로 실시한 노인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노인 스스로의 건강에 대한 인식은 과거보다 다소 개선된 경향을 보이고 있다.

2008년 조사에서 본인의 건강이 나쁘다고 응답한 비율은 60.9%에 달했으나, 2023년에는 이 수치가 22.1%로 크게 감소했다. 반면 본인의 건강이 양호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같은 기간 동안 24.4%에서 43.2%로 증가했다. 이는 사회 전반의 건강의식 향상, 의료 접근성 개선, 건강검진 및 예방의학의 확산 등이 영향을 미친 결과로 볼 수 있다. 특히 젊은 노년층인 65세에서 74세 사이의 응답자들은 상대적으로 더 긍정적인 건강 인식을 나타내는 경향이 있으며, 이는 이들이 비교적 높은 학력과 정보 접근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이러한 주관적 건강 인식과 실제 건강 상태는 완전히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특히 만성질환은 그 대표적인 예로, 스스로 건강하다고 느끼는 노인들 중에도 복수의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가 다수 존재한다. 2023년 조사에 따르면 전체 노인의 86.1%가 한 가지 이상의 만성질환을 보유하고 있으며, 평균 질환 수는 연령 증가에 따라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65~69세 노인의 평균 질환 수는 1.7개였으나, 90세 이상 고령자의 경우 평균 3.0개로 두 배 가까이 높아졌다.

대표적인 만성질환으로는 고혈압, 당뇨병, 관절염, 심혈관계 질환, 신장 질환 등이 있으며, 이들 질환은 신체 기능 저하뿐 아니라 일상생활 수행 능력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특히 하나의 질환이 다른 질환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키는 경우도 많아, 복합적인 건강관리 체계가 요구된다. 또한 고령자는 동일 질환에 대해서도 회복 속도가 느리고 부작용에 민감하기 때문에 더욱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이러한 건강 상태는 노인의 삶의 질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로 작용한다. 질환으로 인한 통증이나 불편함, 기능 제한은 노인의 자율성을 저해하고, 결국 사회활동 참여와 정신건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단순한 병 치료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질환 예방, 초기 발견, 건강 유지에 중점을 둔 정책적 접근이 더욱 중요하다. 앞으로의 노인 건강 정책은 스스로 건강하다고 느끼는 노인을 대상으로도 정기적인 검진과 맞춤형 상담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확장될 필요가 있다.

의료이용 실태와 복약 환경의 현실

노인의 건강 상태를 보다 정밀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의료이용 실태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특히 만성질환 보유율이 높은 고령자 집단에서는 정기적인 의료기관 방문, 약물 처방, 입원 경험 등의 빈도와 양상이 복지정책 수립에 중요한 자료가 된다. 2023년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보건의료기관을 이용한 노인의 비율은 68.8%로 나타났으며, 이는 전체 고령자 중 상당수가 적어도 월 1회 이상 병원 방문을 하고 있다는 의미다.

보건의료기관의 이용 형태는 대부분 외래 진료 중심이며, 요양병원 입원 경험은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었다. 조사에 따르면 요양병원에 입원한 노인의 비율은 0.2%였고, 평균 입원 일수는 36일로 비교적 장기 입원 양상을 보였다. 일반 병원 및 의원의 입원 경험은 5.2%였으며, 평균 입원 일수는 17.3일이었다. 이러한 입원은 대부분 만성질환의 급성 악화나 수술, 낙상 등의 외상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의료기관 입원은 건강 악화의 지표인 동시에 경제적 부담과 돌봄 공백의 원인이 되므로, 예방 중심의 1차 의료체계 강화가 중요하다는 시사점을 제공한다.

약물 복용은 노인의 건강관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노인이 평균 2가지 이상의 약을 정기적으로 복용하고 있으며, 다약제 복용자 비율도 점점 증가하는 추세다. 복용 약물이 많아질수록 부작용 가능성이 높아지며, 약물 간 상호작용에 대한 위험성도 커진다. 특히 치매나 인지기능 저하가 있는 고령자의 경우 약 복용 관리를 스스로 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복약 지도 및 약사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최근 보건복지부는 다제약물 복용 노인에 대한 방문약료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으며, 일부 지자체에서는 복약지도 사업을 통해 약물 오남용을 예방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서비스는 아직까지 제한적인 지역과 대상에만 적용되고 있어, 전국 단위의 체계적 확산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80세 이상 고령자의 경우 신체기능과 인지기능 모두 저하된 상태이므로, 복약 지원은 단순한 서비스 제공을 넘어 건강권 보장의 영역으로 인식될 필요가 있다.

의료이용과 복약 환경은 건강 상태와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복지 시스템의 작동 여부를 가늠하는 지표이기도 하다. 향후에는 고령자 중심의 통합 건강관리 체계를 마련해, 의료 접근성과 복약 안정성을 함께 고려한 다층적 정책이 요구된다. 또한 디지털 헬스케어나 원격 모니터링 기술이 의료 시스템에 접목된다면, 보다 효율적이고 지속적인 건강관리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진료 미이용의 원인과 정책 대응 과제

노인의 건강관리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문제 중 하나는 진료 미이용 현상이다. 전체적인 의료 접근성이 향상되었다고 평가받고 있지만, 여전히 일부 노인들은 경제적 어려움이나 신체적 제약 등의 이유로 필요한 진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존재한다. 2023년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병원을 방문하지 못한 주된 이유로는 경제적 부담이 32.3%로 가장 많았고, 거동의 불편함이 26.4%로 뒤를 이었다. 특히 이러한 이유는 복수 응답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단일 원인보다는 복합적인 문제가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치과 진료의 경우 미이용 비율과 원인이 더욱 두드러진다. 조사를 통해 드러난 결과에 따르면, 치과 진료를 받지 못한 노인들 중 62.4%가 비용 문제를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이는 치과 치료가 다른 의료 서비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보험 항목이 많고, 실질적인 진료비 부담이 크다는 구조적 한계 때문으로 풀이된다. 고령자에게 중요한 구강건강이 방치되는 상황은 단순한 치아 문제를 넘어, 식사와 영양 상태, 전신 건강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러한 진료 미이용 문제는 단순히 개인의 선택이나 관리 부족으로 치부할 수 없다. 실제로 조사에서 드러난 또 다른 주요 이유 중에는 병원까지의 거리, 이동수단 부족, 동반자 부재 등 생활환경 요인도 적지 않았다. 특히 농어촌 지역이나 교통 취약지역에 거주하는 고령자일수록 의료기관 접근성이 낮아, 정기 진료나 건강검진을 포기하게 되는 사례가 많다. 이는 거주지에 따라 건강권이 좌우되는 지역 격차 문제로도 이어진다.

이와 같은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이동형 진료차량, 방문 진료 서비스, 건강관리사 파견 등의 이동중심 의료서비스 강화가 필요하다. 일부 지자체에서 시행 중인 방문진료 사업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지만, 예산과 인력 문제로 인해 전국적인 확산에는 한계가 있다.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 협력이 요구되며, 특히 고위험군 노인에 대한 선제적 지원 체계 마련이 중요하다.

결국 진료 미이용 문제는 의료 서비스의 물리적 접근성과 비용 문제, 정보 격차, 정서적 부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복지 사각지대의 대표 사례로 볼 수 있다. 앞으로의 정책 방향은 이러한 다층적 요인을 반영한 통합 접근을 통해, 누구나 나이에 상관없이 필요한 의료 서비스를 적시에 이용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