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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 질환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법

by mindstree 2026. 1. 11.

우리 집 믹스견 복순이는 5살에 심장병, 7살에 당뇨, 9살에 신장 질환까지 진단받았습니다. 지금 11살인 복순이는 매일 아침 심장약 2알, 인슐린 주사 1회, 저녁 심장약 2알, 인슐린 주사 1회, 신장 처방식 하루 3번, 한 달에 한 번 병원 검진을 받고 있어요. 처음 심장병 진단받았을 때는 앞이 캄캄했습니다. 평생 약을 먹여야 한다니, 비용은 얼마나 들까, 제대로 관리할 수 있을까. 하지만 6년을 함께 관리하면서 깨달았습니다. 만성 질환이 있어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요. 오늘은 매일 약 먹이고, 검진 받고, 특별 식단 챙기면서 쌓아온 노하우를 나눠드리겠습니다.

약 먹이기, 전쟁에서 일상으로

복순이가 처음 심장약을 먹기 시작했을 때가 기억납니다. 알약을 사료에 숨겨도 쏙 빼내고, 간식에 싸도 냄새 맡고 거부했어요. 알약을 목구멍 깊숙이 넣어주는 방법도 시도했는데, 5분 뒤 뱉어내더라고요. 첫 일주일은 정말 전쟁이었습니다.

전환점은 약을 가루로 만들어 습식 사료에 섞은 것이었습니다. 알약 분쇄기로 곱게 갈아서 닭가슴살 통조림에 완전히 섞어주니 잘 먹더라고요. 지금도 이 방법을 쓰는데, 핵심은 습식 사료의 수분과 향이 약 맛을 완전히 가려준다는 겁니다. 건식 사료에 섞으면 약 가루가 겉에 묻어서 금방 눈치챕니다.

약 먹이기 루틴 만들기: 매일 같은 시간, 같은 방법으로 주세요. 복순이는 아침 7시 심장약+사료, 저녁 7시 심장약+사료+인슐린입니다. 휴대폰 알람 3개를 맞춰두고, 약 먹인 후 수첩에 체크합니다.

약통 정리가 정말 중요합니다. 복순이 약이 5종류라 헷갈리기 쉬워요. 저는 일주일치 약을 미리 요일별 약통에 나눠 담아둡니다. 월요일 아침, 월요일 저녁 이런 식으로 14칸짜리 약통을 쓰는데, 덕분에 약을 빠뜨리거나 중복으로 먹이는 실수가 없어졌습니다.

인슐린 주사는 처음엔 정말 무서웠어요. 손이 떨려서 제대로 놓지도 못했습니다. 하지만 매일 하다 보니 이제는 30초 안에 끝납니다. 복순이도 이제 주사 맞을 시간이 되면 먼저 다가와서 앉아요. 주사 맞으면 간식 받는다는 걸 아니까요. 긍정 강화가 이렇게 중요합니다.

외출이나 여행 때는 약 챙기는 게 필수입니다. 저는 여행용 약통을 따로 준비해뒀어요. 여행 일수 +2일치 약을 넉넉하게 챙기고, 병원 처방전 사본도 가져갑니다. 혹시 모를 분실이나 긴급 상황에 대비해서요. 인슐린은 아이스박스에 넣어서 온도 유지합니다.

약 거부할 때 대처법도 생겼습니다. 복순이가 가끔 컨디션이 안 좋으면 밥을 안 먹을 때가 있어요. 그럴 땐 약만 따로 물에 녹여서 주사기로 입 옆구리에 천천히 주입합니다. 억지로 먹이는 것 같아 미안하지만, 심장약은 하루라도 빠뜨리면 위험하니 어쩔 수 없습니다.

약 효과 체크도 습관이 됐습니다. 심장약 먹기 전과 후 호흡수를 세어보는데, 약 먹기 전엔 분당 40회였다가 약 먹고 2시간 후엔 25회로 줄어듭니다. 이렇게 약이 제대로 작용하는지 확인하면 안심이 돼요. 혈당도 일주일에 한 번은 집에서 재봅니다.

질병 관리 비용, 이렇게 계획했습니다

복순이 한 달 의료비를 계산해봤습니다. 심장약 2종류 4만원, 신장 처방식 12만원, 인슐린과 주사기 3만원, 정기 검진 10만원, 영양제 2만원. 총 31만원입니다. 1년이면 372만원, 10년이면 3720만원이에요. 처음 계산했을 때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하지만 6년간 관리하면서 비용을 줄이는 노하우가 생겼습니다. 첫째, 약은 대용량으로 구매합니다. 한 달치씩 사면 10퍼센트 비싸지만, 3개월치 한 번에 사면 15퍼센트 저렴해요. 병원에서 처방전만 받아서 온라인 동물약국에서 구매하면 더 싸집니다.

온라인 약 구매 시 주의: 반드시 수의사 처방전이 있어야 합니다. 처방전 없이 파는 곳은 불법이에요. 또한 유통기한을 꼭 확인하세요. 대용량 구매 시 6개월 내 소진 가능한 양만 사야 합니다.

둘째, 처방식은 대형 포장을 구매합니다. 1킬로그램짜리보다 5킬로그램짜리가 킬로그램당 30퍼센트 저렴해요. 개봉 후 소분해서 밀폐 용기에 담아두면 신선도도 유지됩니다. 온라인 쇼핑몰 할인 행사 때 묶음 구매하면 더 싸게 살 수 있어요.

셋째, 정기 검진 패키지를 이용합니다. 우리 병원은 만성 질환 관리 패키지가 있어서 혈액검사, 소변검사, 혈압 측정을 묶어서 하면 20퍼센트 할인됩니다. 3개월마다 받는데, 개별로 하는 것보다 한 번에 4만원 절약돼요.

넷째, 반려동물 적금을 들었습니다. 매달 30만원씩 의료비 전용 적금 계좌에 넣어요. 실제 지출은 31만원이지만, 갑자기 입원하거나 응급 상황이 생기면 추가 비용이 들거든요. 지난해 복순이가 폐렴으로 일주일 입원했을 때 70만원이 나왔는데, 적금에서 꺼내 쓸 수 있어서 다행이었습니다.

다섯째, 보험은 아쉽게도 가입 못 했습니다. 이미 만성 질환이 있으면 가입이 거절되거나 해당 질병은 보장 제외되거든요. 건강할 때 미리 가입해두는 게 정말 중요합니다. 지인분 강아지는 건강할 때 보험 들어뒀다가 나중에 암 진단받아서 수술비 500만원 중 350만원을 보험으로 받았다고 해요.

비용 기록도 철저히 합니다. 엑셀로 매달 지출 내역을 정리하는데, 약값, 사료값, 병원비, 영양제를 구분해서 기록해요. 연말에 보면 어디서 지출이 많은지, 어디를 줄일 수 있는지 한눈에 보입니다. 작년엔 영양제를 너무 많이 먹인 것 같아서 수의사와 상담 후 2종류로 줄였습니다.

경제적 부담은 분명 있습니다. 하지만 복순이와 함께하는 매일이 너무 소중해서 후회한 적은 없어요. 다만 예비 보호자분들께는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반려동물 입양 전에 의료비 계획을 세우고, 보험 가입을 고려하고, 비상금을 준비해두세요. 사랑만으로는 질병을 이겨낼 수 없습니다.

긍정적 마인드, 이렇게 유지합니다

복순이가 당뇨 진단받았을 때 정말 우울했습니다. 심장병에 이어 또 평생 질환이라니. 왜 우리 복순이만 이렇게 아플까, 제가 뭘 잘못했을까. 자책하고 슬퍼하는 날들이 이어졌어요. 밤마다 복순이 안고 울었습니다.

전환점은 동물병원 대기실에서 만난 한 보호자분이었습니다. 그분 고양이는 신부전, 갑상선, 심장병을 모두 갖고 있는데도 17살까지 살았다고 하더라고요. 관리만 잘하면 오래 함께할 수 있다는 말씀에 용기를 얻었습니다. 문제에 집중하지 말고 해결에 집중하자고 마음먹었어요.

복순이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기: 산책 못 가는 날은 있어도 꼬리 흔드는 날은 매일 있습니다. 예전만큼 뛰지 못해도 여전히 놀이를 좋아합니다. 약 먹는 게 힘들어도 밥은 맛있게 먹습니다. 아픈 부분보다 건강한 부분을 봅니다.

작은 성취를 축하합니다. 혈당이 목표 범위에 들어온 날, 심박수가 안정된 날, 검진 결과가 좋은 날. 사소해 보이지만 복순이와 저에게는 큰 승리예요. 그날은 복순이 좋아하는 간식을 조금 더 주고, SNS에 자랑도 합니다. 긍정적인 순간을 기록하고 나누면 힘이 나요.

다른 보호자들과 소통합니다. 온라인 만성 질환 반려동물 카페에서 정보도 얻고, 힘든 마음도 나눕니다. 같은 상황을 겪는 분들끼리는 설명하지 않아도 이해되는 부분이 있어요. 서로 응원하고, 팁을 공유하고, 때론 같이 울기도 합니다. 혼자가 아니라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가 돼요.

루틴이 주는 안정감을 믿습니다. 매일 같은 시간에 약 주고, 밥 주고, 산책 가는 것이 처음엔 답답했어요. 하지만 이제는 이 루틴 자체가 저를 지탱해줍니다. 오늘도 복순이가 약 먹고, 밥 먹고, 꼬리 흔들었다면 성공한 하루예요. 거창한 행복이 아니라 평범한 일상이 가장 큰 축복입니다.

미래를 너무 걱정하지 않습니다. 복순이가 언제까지 살지, 다른 질병이 생기면 어쩌나. 이런 걱정은 끝이 없어요. 대신 오늘 복순이가 행복했는지에 집중합니다. 오늘 복순이 눈에 생기가 있었는지, 산책을 즐거워했는지, 저를 반겨줬는지. 오늘만 잘 보내면 됩니다.

감사 일기를 씁니다. 매일 밤 복순이 덕분에 감사한 것 세 가지를 적어요. 오늘 복순이가 밥을 다 먹어줘서 감사합니다. 산책 중 다른 강아지 만나 반겨줘서 감사합니다. 제 곁에 있어줘서 감사합니다. 써놓고 보면 아픔보다 감사가 더 많습니다.

전문가 도움도 받았습니다. 한때 너무 힘들어서 심리 상담을 받았어요. 상담사 선생님이 제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시고, 완벽한 보호자가 될 필요 없다고 하셨습니다. 가끔 지쳐도 괜찮고, 슬퍼도 괜찮고, 화나도 괜찮다고. 그 말에 많이 편해졌어요.

복순이는 지금 11살, 사람 나이로 치면 60살입니다. 심장병 6년, 당뇨 4년, 신장 질환 2년을 함께 이겨냈어요. 수의사 선생님이 복순이를 기적이라고 부릅니다. 관리를 이렇게 잘하는 케이스가 드물다고요. 하지만 저는 압니다. 기적은 복순이의 생명력이고, 제가 한 건 그저 사랑하는 것뿐이라는 걸. 만성 질환이 있어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도 할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