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 한낮에 우리 강아지 콩이와 산책을 나갔다가 큰일 날 뻔한 경험이 있습니다. 15분 정도 걸었을 뿐인데 콩이가 갑자기 헥헥거리며 걸음을 멈추고 침을 질질 흘리더군요. 그제야 열사병 증상임을 깨닫고 급히 그늘로 옮겨 응급 조치를 했습니다. 여름철 열사병은 몇 분 안에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위험한 상황입니다. 오늘은 반려동물이 더위를 먹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예방법은 무엇인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열사병 초기 증상 체크

반려동물의 열사병을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생명을 구하는 첫 번째 단계입니다. 반려동물은 말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보호자가 증상을 빠르게 알아채야 합니다. 저는 콩이의 행동 변화를 통해 위험 신호를 읽었습니다.
가장 먼저 나타나는 증상은 과도한 헐떡거림입니다. 평소보다 훨씬 빠르고 거칠게 숨을 쉬며, 입을 크게 벌리고 혀를 길게 내밉니다. 콩이는 혀가 평소보다 더 붉고 침을 많이 흘렸습니다. 침이 끈적끈적해지고 거품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행동 변화도 중요한 신호입니다. 갑자기 걸음이 느려지거나 주저앉으려고 하면 즉시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평소 활발하던 콩이가 그늘을 찾아 움직이지 않으려 했던 것이 명확한 신호였습니다. 어지러움을 느끼는지 비틀거리거나 중심을 잡지 못하는 모습도 보일 수 있습니다.
# 위험 신호: 잇몸 색깔을 확인하세요. 정상적으로는 분홍색이지만 열사병 초기에는 밝은 붉은색이 됩니다. 증상이 진행되면 창백하거나 푸르스름해집니다. 콩이의 잇몸이 평소보다 훨씬 빨갛게 변해있었고, 이것이 응급 상황임을 알려주는 신호였습니다.
열사병의 경우 가슴에 손을 대고 확인해보면 심박수와 호흡수도 급격히 증가합니다. 평소 개의 심박수는 분당 60~140회인데, 열사병 상태에서는 180회 이상으로 올라갑니다. 가슴에 손을 대보면 심장이 너무 빠르게 뛰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체온을 재보면 정상 체온인 38~39도를 훨씬 넘어 40도 이상으로 올라가 있습니다.
만약 증상이 더 진행되면 구토나 설사가 나타나고, 심한 경우 경련이나 의식 저하가 올 수 있습니다. 이 단계까지 가면 생명이 위급한 상태이므로 즉시 병원으로 이송해야 합니다. 초기 단계에서 빠르게 대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체온 낮추는 응급 조치 순서
열사병 증상을 발견했다면 즉시 체온을 낮추는 응급 조치를 시작해야 합니다. 1분 1초가 중요한 상황이므로 순서대로 차근차근 진행하세요.
첫 번째, 즉시 시원한 곳으로 옮깁니다. 직사광선이 닿지 않는 그늘이나 에어컨이 있는 실내로 이동하세요. 콩이를 발견했을 때 저는 바로 근처 건물 그늘로 데리고 갔습니다. 햇빛 아래에 있는 상태에서는 아무리 조치를 해도 체온이 계속 올라갑니다.
두 번째, 미지근한 물로 몸을 적십니다. 이때 주의할 점은 절대 얼음물이나 너무 차가운 물을 사용하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급격한 온도 변화는 혈관을 수축시켜 오히려 열을 내부에 가둘 수 있습니다. 저는 콩이에게 생수병을 손으로 덥혀서 미지근하게 만든 후 천천히 몸에 부었습니다.
물을 뿌릴 때는 목, 겨드랑이, 사타구니 부분을 집중적으로 적셔주세요. 이 부위에는 큰 혈관이 지나가기 때문에 냉각 효과가 큽니다. 배와 발바닥도 물로 적시면 좋습니다. 젖은 수건으로 몸을 감싸는 것도 방법이지만, 수건이 체온으로 뜨거워지면 계속 교체해야 합니다.
# 실전 팁: 선풍기나 부채로 바람을 쐬어주면 증발 냉각 효과로 체온을 더 빠르게 낮출 수 있습니다. 콩이에게 물을 뿌린 후 부채질을 해주니 호흡이 조금씩 안정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차 안에 있었다면 에어컨을 최대로 틀고 송풍구를 반려동물 쪽으로 향하게 하세요.
세 번째, 소량의 물을 먹입니다. 단, 억지로 먹이면 안 됩니다. 의식이 흐릿하거나 토할 것 같은 상태에서 물을 먹이면 기도로 넘어가 질식할 수 있습니다. 콩이가 스스로 혀를 내밀어 핥을 수 있는 상태라면 손바닥에 물을 묻혀 핥게 하거나, 스포이드로 조금씩 주세요. 한 번에 많이 마시지 않도록 주의합니다.
네 번째, 체온을 지속적으로 확인합니다. 체온계가 있다면 5분마다 체온을 재면서 39도 정도로 내려갔는지 확인하세요. 39도 이하로 떨어지면 냉각 조치를 멈춥니다. 너무 낮아지는 것도 위험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체온계가 없어서 콩이의 호흡과 행동을 관찰하며 상태를 판단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응급 조치를 하면서 동시에 동물병원에 연락합니다. 증상이 호전되더라도 반드시 병원 검진을 받아야 합니다. 열사병은 즉각적인 증상이 사라져도 내부 장기 손상이 남아있을 수 있습니다. 콩이는 응급 조치 후 상태가 좋아졌지만 병원에서 수액 치료를 받았고, 다행히 큰 후유증 없이 회복했습니다.
여름철 산책 시간대 조정
이전과 달리 열사병을 겪고 나서 저는 여름철 산책 패턴을 완전히 바꿨습니다. 예방이 최선의 치료라는 말을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산책 시간대입니다. 한여름에는 절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 사이에 산책을 나가지 않습니다. 이 시간대는 기온이 가장 높고 아스팔트 온도는 60도를 넘습니다. 콩이의 발바닥이 데일 수 있고, 지면에서 올라오는 복사열도 위험합니다. 저는 손등으로 아스팔트를 5초간 대봐서 뜨겁다면 산책을 포기합니다.
이상적인 산책 시간은 이른 아침이나 늦은 저녁입니다. 저는 여름에는 새벽 5시 30분이나 밤 9시 이후에 콩이와 산책합니다. 해가 뜨기 전이나 진 후에는 기온이 훨씬 낮고, 아스팔트도 식어있어 안전합니다. 처음에는 시간 조정이 불편했지만, 콩이의 안전을 생각하면 충분히 감수할 만합니다.
# 절대 금지: 차 안에 반려동물만 남겨두지 마세요. 여름철 차 안 온도는 10분 만에 40도 이상으로 올라갑니다. 창문을 조금 열어두어도 소용없습니다. 잠깐이라는 생각에 반려동물을 차에 남겨두었다가 돌아오지 못하는 비극적인 사고가 매년 발생합니다. 저는 어디를 가든 콩이와 함께 들어갈 수 있는 곳만 방문하거나, 가족과 함께 가서 한 명이 콩이와 밖에서 기다립니다.
더운 날씨에는 산책 거리와 강도도 줄여야 합니다. 평소 30분 산책을 했다면 여름에는 15분으로 줄입니다. 콩이가 헥헥거리기 시작하면 즉시 휴식을 취하고, 물을 마시게 합니다. 휴대용 물병과 접이식 물그릇은 여름 산책 필수품입니다. 저는 가방에 항상 넣고 다니며 5분마다 물을 권합니다.
산책 코스도 바꿨습니다. 아스팔트보다는 흙길이나 잔디밭을 선택하고, 그늘이 많은 공원이나 나무가 우거진 길로 다닙니다. 햇빛을 직접 받는 시간을 최소화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물놀이가 가능한 개천이나 분수대 근처도 좋은 선택입니다.
집에서도 온도 관리가 중요합니다. 에어컨이나 선풍기를 켜두고, 시원한 매트나 아이스팩을 제공합니다. 콩이는 쿨매트를 무척 좋아해서 여름 내내 그 위에서 생활합니다. 신선한 물을 여러 곳에 두어 언제든 마실 수 있게 하고, 물은 하루에 두세 번 갈아줍니다.
단두종 견종이나 비만인 반려동물, 노령견은 특히 주의가 필요합니다. 불독, 퍼그, 페키니즈 같은 코가 짧은 품종은 호흡이 어려워 열사병에 취약합니다. 콩이는 믹스견이지만 약간 통통한 편이라 여름철 체중 관리도 신경 쓰고 있습니다. 건강한 체중 유지가 더위에 강한 체질을 만듭니다.
열사병은 예방이 가능한 질환입니다. 조금만 신경 쓰면 우리 반려동물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습니다. 여름철 더위를 우습게 보지 마시고, 시원한 시간대에 짧게 산책하는 습관을 들이세요. 여러분의 작은 배려가 사랑하는 가족의 생명을 지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