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섭식장애 극복과 자기이미지 회복법

by mindstree 2025. 10. 17.

대학교 2학년 때였습니다. 거울 앞에 설 때마다 제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거울에 비친 사람은 언제나 너무 뚱뚱했고, 부족했고, 고쳐야 할 대상이었습니다. 식사를 거르기 시작했고, 먹으면 죄책감에 시달렸습니다. 체중계 숫자가 조금만 올라가도 하루 종일 불안했죠. 당시에는 몰랐지만, 저는 섭식장애를 겪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왜곡된 자기이미지가 있었습니다. 섭식장애는 단순히 음식 문제가 아닙니다. 자신을 어떻게 보는지, 자신의 가치를 어디에서 찾는지에 대한 깊은 심리적 문제입니다. 이 글에서는 제 회복 여정을 바탕으로 섭식장애와 자기이미지의 관계를 이해하고, 건강한 자아상을 회복하는 구체적인 방법을 나누고자 합니다.

왜곡된 거울 속 나를 마주하기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과 자기 성찰이미지

섭식장애를 겪는 사람들에게 거울은 가장 잔인한 적입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거울을 볼 때마다 먼저 배를 확인했고, 허벅지를 쥐어봤고, 얼굴의 윤곽을 살폈습니다. 그리고 늘 실망했습니다. 친구들은 제가 충분히 날씬하다고 했지만, 제 눈에는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것이 바로 신체 이미지 왜곡입니다. 실제 모습과 자신이 인식하는 모습 사이에 큰 괴리가 생기는 것이죠.

심리학에서는 이를 신체 이형 장애와 연결 짓습니다. 뇌가 실제 신체를 정확하게 처리하지 못하고, 왜곡된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제 경우에는 소셜미디어가 이를 더욱 악화시켰습니다. 인스타그램에서 보는 완벽한 몸매들, 보정된 사진들과 저를 끊임없이 비교했습니다. 그 사진들이 현실이 아니라는 것을 머리로는 알면서도, 감정적으로는 그것이 제가 도달해야 할 기준처럼 느껴졌습니다.

회복의 첫 단계는 이 왜곡을 인정하는 것이었습니다. 상담사 선생님은 제게 거울 앞에서 자신을 객관적으로 관찰하는 연습을 시켰습니다. 하지만 판단하지 않고요. 이것은 저에게 매우 어려운 과제였습니다. 거울을 보면 자동적으로 비판적인 생각이 쏟아졌기 때문입니다. 선생님은 제게 중립적인 언어를 사용하라고 했습니다. 예를 들어 내 배는 뚱뚱하다 대신 내 배는 부드러운 곡선을 가지고 있다라고 말하는 것이죠.

처음에는 이상하고 억지스럽게 느껴졌지만, 3주 정도 지속하자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제 몸을 조금 덜 적대적으로 보게 되었습니다. 저는 작은 노트를 만들어서 매일 아침 거울 앞에서 제 몸의 중립적인 특징 세 가지를 적었습니다. 내 눈은 갈색이다, 내 어깨는 대칭적이다, 내 손은 다섯 손가락이 있다 같은 단순한 사실들이었습니다. 이 연습은 제 뇌가 몸을 바라보는 방식을 조금씩 재설정하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음식이 적이 된 순간들 이해하기

섭식장애가 있을 때 음식은 더 이상 영양이나 즐거움의 원천이 아닙니다. 음식은 적이 되고, 두려움의 대상이 되고, 통제해야 할 것이 됩니다. 저는 모든 음식의 칼로리를 외웠고, 식사 전후로 불안해했으며, 먹는 행위 자체에 죄책감을 느꼈습니다. 친구들과의 식사 약속은 악몽이었습니다. 무엇을 얼마나 먹을지 미리 계획해야 했고, 계획대로 되지 않으면 패닉 상태가 되었습니다.

상담을 받으면서 알게 된 것은 음식이 제 인생에서 통제할 수 있는 유일한 것처럼 느껴졌다는 점입니다. 당시 저는 학업 스트레스, 취업 걱정, 관계 문제 등 많은 것들이 불확실했습니다. 그런데 무엇을 먹고 먹지 않을지는 제가 결정할 수 있었습니다. 체중계 숫자는 명확했고, 칼로리는 계산할 수 있었습니다. 이것이 제게 통제감을 주었지만, 동시에 제 삶을 지배하게 만들었습니다.

음식과의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저는 직관적 식사라는 개념을 배웠습니다. 이것은 몸의 신호를 듣고, 배고플 때 먹고, 배부를 때 멈추는 것입니다. 간단해 보이지만 섭식장애가 있는 사람에게는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저는 배고픔 신호를 무시하는 데 익숙했고, 배부름을 느끼는 것조차 두려워했습니다. 영양사 선생님과 함께 배고픔 척도를 만들어 사용했습니다. 1부터 10까지, 1은 매우 배고픔, 10은 과식 상태입니다.

매 식사 전후로 제 배고픔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목표는 3에서 4 정도일 때 먹기 시작하고, 6에서 7 정도일 때 멈추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제 배고픔을 전혀 인식하지 못했습니다. 너무 오래 무시해왔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몇 주간 연습하자 조금씩 몸의 신호를 알아차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금지 음식 목록을 없애는 작업도 했습니다. 절대 먹지 말아야 할 음식들을 조금씩, 안전한 환경에서 다시 먹어보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은 음식이 적이 아니라는 것을 뇌에 재학습시키는 과정이었습니다.

내면의 가혹한 비평가 다루기

섭식장애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내면의 가혹한 목소리입니다. 저의 머릿속에는 항상 비판하는 목소리가 있었습니다. 너는 게으르다, 너는 통제력이 없다, 너는 충분히 좋지 않다는 말들이 끊임없이 들렸습니다. 이 목소리는 특히 음식을 먹을 때나 거울을 볼 때 더 커졌습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내면의 비평가라고 부르며, 섭식장애를 유지시키는 핵심 요소입니다.

상담사 선생님은 제게 이 목소리를 외부화하라고 했습니다. 그 목소리에 이름을 붙이고, 마치 다른 사람처럼 대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 목소리를 비평가라고 불렀습니다. 그리고 비평가가 말할 때마다 노트에 기록했습니다. 놀랍게도 비평가는 늘 똑같은 말을 반복했습니다. 너는 충분하지 않아, 너는 더 노력해야 해, 너는 실패자야. 이것을 글로 쓰고 보니 얼마나 불합리하고 근거 없는 말인지 알 수 있었습니다.

다음 단계는 비평가에게 대답하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점차 연습이 되었습니다. 비평가가 너는 오늘 너무 많이 먹었어라고 하면, 저는 나는 내 몸이 필요로 하는 만큼 먹었어라고 대답했습니다. 비평가가 너는 뚱뚱해라고 하면, 나의 가치는 체중으로 결정되지 않아라고 반박했습니다. 이런 대화를 노트에 쓰는 것은 제 생각을 재구성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또한 자기 연민 연습도 중요했습니다. 자기 연민은 자기 연민은 자신에게 친절하게 대하는 것입니다. 저는 매일 밤 자기 전에 스스로에게 편지를 쓰는 연습을 했습니다. 마치 가장 친한 친구에게 쓰듯이요. 오늘 힘들었구나, 잘 견뎌냈어, 너는 충분히 잘하고 있어 같은 말들을 적었습니다. 처음에는 매우 어색하고 거짓말 같았지만, 몇 달 지속하자 조금씩 믿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이것은 제 내면에 비평가만이 아니라 지지자도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제 가치를 외모나 체중이 아닌 다른 곳에서 찾는 연습을 했습니다. 저는 제가 좋아하는 것들, 잘하는 것들, 타인에게 줄 수 있는 것들의 목록을 만들었습니다. 저는 좋은 친구입니다, 저는 글쓰기를 좋아합니다, 저는 경청을 잘합니다 같은 것들이었습니다. 이 목록을 자주 읽으면서 제 정체성이 몸무게 숫자가 아니라 훨씬 더 풍부하고 다양하다는 것을 상기했습니다. 실제로 연구에 따르면 자기 가치를 다양한 영역에 분산시키는 사람들이 심리적으로 더 건강하다고 합니다.

섭식장애에서 회복하는 것은 긴 여정입니다. 저도 완전히 회복되었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여전히 어려운 날들이 있고, 비평가의 목소리가 들릴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 목소리에 휘둘리지 않는 방법을 압니다. 거울을 볼 때 조금 더 친절해졌고, 음식을 먹을 때 조금 덜 두려워졌으며, 저 자신을 조금 더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만약 여러분도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회복은 가능합니다. 그리고 여러분은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