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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사람들의 멘탈헬스 돕는 실천 방법

by mindstree 2025. 10. 23.

2년 전 제 가장 친한 친구가 몇 주 동안 연락을 끊었습니다. 처음에는 바쁜가 보다 했지만, 우연히 만났을 때 그의 모습은 충격적이었습니다. 10킬로그램 가까이 빠진 몸, 초점 없는 눈빛, 힘없는 목소리. 그는 심각한 우울증을 겪고 있었지만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습니다. 그때 저는 깨달았습니다. 제가 조금만 더 주의 깊게 봤더라면, 조금 더 적극적으로 다가갔더라면 그가 혼자 고통받는 시간을 줄일 수 있었을 것입니다. 통계에 따르면 한국 성인의 4명 중 1명이 평생 한 번 이상 정신건강 문제를 경험하지만, 실제로 도움을 구하는 비율은 22퍼센트에 불과합니다. 주변의 관심과 지지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된 저는 가족과 친구들의 멘탈헬스를 돕는 방법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전문가가 아니어도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았습니다.

조기 신호 감지와 경청의 기술

멘탈헬스 문제는 갑자기 나타나지 않습니다. 대부분 작은 신호들이 먼저 나타납니다. 저는 주변 사람들을 관찰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평소와 다른 행동 패턴이 2주 이상 지속되면 주의를 기울입니다. 사교적이던 사람이 갑자기 모임을 피하거나, 깔끔하던 사람이 외모에 신경 쓰지 않거나, 유머러스하던 사람이 자조적인 말을 자주 하는 경우입니다. 수면이나 식욕의 급격한 변화, 업무나 학업 성과의 하락, 짜증과 예민함의 증가도 중요한 신호입니다. 이러한 변화를 발견했을 때 무시하지 않고 관심을 표현하는 것이 첫걸음입니다.

대화를 시작하는 방법도 중요합니다. 너 요즘 이상해 같은 직접적인 지적보다는 요즘 힘든 일 있어 보여서 걱정됐어 같은 부드러운 접근이 효과적입니다. 저는 친구를 조용한 카페로 초대해 충분한 시간을 확보했습니다. 급하게 점심시간에 물어보는 것보다 방해받지 않는 편안한 환경이 중요합니다. 대화를 시작할 때 저는 제 걱정을 먼저 표현했습니다. 네가 최근에 피곤해 보여서 내가 걱정이 돼. 괜찮은지 궁금해라고 말하며 문을 열었습니다. 이렇게 나의 감정으로 시작하면 상대방이 덜 방어적으로 반응합니다.

경청은 단순히 듣는 것 이상입니다. 저는 적극적 경청 기법을 익혔습니다. 휴대폰을 치우고 눈을 마주치며 온전히 집중합니다. 상대방이 말할 때 끼어들거나 조언하려는 충동을 억제합니다. 대신 고개를 끄덕이고, 그랬구나, 힘들었겠다 같은 공감 표현을 합니다. 상대방의 말을 요약해 확인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네 말은 직장에서 인정받지 못한다고 느껴서 무기력해진 거구나 같은 식입니다. 이는 제대로 이해했는지 확인하고, 상대방에게 자신이 들려지고 있다는 느낌을 줍니다. 제 친구는 나중에 그날 대화가 몇 달 만에 처음으로 안전함을 느낀 순간이었다고 말했습니다.

해결책 제시보다 공감과 지지하기

 

가장 흔한 실수는 성급하게 조언하는 것입니다. 저도 처음에는 그냥 긍정적으로 생각해, 운동하면 나아질 거야 같은 말을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조언은 오히려 상대방을 고립시킵니다. 마치 내 문제가 간단한 것처럼 치부되는 느낌을 받기 때문입니다. 심리학자들은 이를 독성 긍정주의라고 부릅니다. 진정한 도움은 상대방의 고통을 인정하고 함께 있어주는 것입니다. 정말 힘들겠다, 그런 상황에서 네가 어떻게 느꼈을지 상상이 돼 같은 말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판단하지 않는 태도도 중요합니다. 저는 친구가 직장을 그만두고 싶다고 했을 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잖아라고 반응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는 해결책을 원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좌절감을 이해받고 싶었던 것입니다. 이후 저는 먼저 감정을 확인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직장이 그렇게까지 힘들구나. 매일 출근하는 게 고역이었겠어라고 말한 후, 상대방이 원하면 그때 함께 대안을 고민합니다. 공감이 먼저, 문제 해결은 그다음입니다. 많은 경우 사람들은 해답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감정이 타당하다는 확인을 원합니다.

지속적인 존재감도 중요합니다. 한 번 대화하고 끝이 아니라 꾸준히 연락하며 관심을 표현했습니다. 일주일에 한두 번 간단한 메시지를 보냅니다. 오늘은 어땠어, 점심은 먹었어 같은 일상적인 질문도 좋습니다. 함께 산책하거나 밥 먹자고 제안하며 고립을 막습니다. 중요한 것은 부담을 주지 않는 것입니다. 대답하기 힘들면 안 해도 돼. 그냥 네가 혼자가 아니라는 걸 알았으면 좋겠어라고 덧붙입니다. 연구에 따르면 사회적 지지는 우울증과 불안 회복에 가장 중요한 요인 중 하나입니다. 전문적 치료만큼이나 주변 사람들의 지속적인 관심이 치유력을 가집니다.

전문적 도움 연결과 실질적 지원

친구나 가족의 역할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시점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살에 대한 언급, 일상생활의 심각한 장애, 2주 이상 지속되는 극심한 우울감이나 불안은 즉각적인 전문적 개입이 필요한 신호입니다. 저는 친구에게 상담을 권유할 때 조심스럽게 접근했습니다. 너는 정신과에 가야 해 같은 단도직입적인 말보다, 나도 작년에 상담 받았는데 정말 도움이 됐어. 전문가와 이야기하면 다른 관점을 얻을 수 있더라 같은 개인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정보를 제공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저는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 온라인 상담 플랫폼, 저렴한 심리상담 기관 정보를 미리 조사해두었습니다. 친구가 관심을 보이면 구체적인 정보를 전달했습니다. 상담 예약을 잡는 것조차 힘들 때는 같이 알아보자고 제안하거나, 첫 상담에 동행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첫 상담 날 친구를 병원 근처까지 데려다주고 끝날 때까지 카페에서 기다렸습니다. 이런 작은 실천적 지원이 큰 심리적 장벽을 낮춥니다. 또한 정신과 치료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아주었습니다. 약물 치료가 평생 지속되는 것도 아니고, 상담 받는다고 이상한 사람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위기 상황에서는 더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합니다. 친구가 자살 충동을 언급했을 때 저는 당황했지만 침착하게 대응했습니다. 먼저 진지하게 받아들이며 지금 그런 생각이 든다니 정말 힘들구나라고 인정했습니다. 그런 생각은 안 돼 같은 부정은 오히려 위험합니다. 대신 지금 당장 혼자 있는 게 안전하지 않을 것 같아. 내가 옆에 있어도 될까라고 물으며 즉각적인 안전을 확보했습니다. 자살예방상담전화 1393이나 정신건강위기상담전화 1577-0199 같은 긴급 연락처도 미리 알아두었습니다. 상황이 심각하면 주저 없이 전문 기관에 연락하거나 응급실로 데려갑니다.

실질적인 일상 지원도 간과하지 말아야 합니다. 우울증이나 불안장애가 있을 때는 간단한 일상 활동도 버거워집니다. 저는 친구 집에 가서 함께 청소를 하거나, 장을 봐주거나, 식사를 만들어주었습니다. 이런 구체적인 도움이 너 혼자가 아니야라는 말보다 훨씬 강력합니다. 또한 함께할 수 있는 가벼운 활동을 제안했습니다. 무거운 대화가 아니라 산책, 영화 보기, 카페 가기 같은 부담 없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러한 일상의 연결이 서서히 삶의 의미를 되찾게 합니다. 회복은 극적인 순간이 아니라 작은 일상의 축적으로 이루어집니다.

주변 사람의 멘탈헬스를 돕는 것은 특별한 능력이 필요한 일이 아닙니다. 관심을 갖고, 진심으로 듣고, 곁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큰 차이를 만듭니다. 제 친구는 지금 정기적으로 상담을 받으며 많이 회복되었습니다. 나중에 그는 제가 그때 포기하지 않고 계속 연락했던 것이 생명줄 같았다고 말했습니다.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생명줄이 될 수 있습니다. 주변을 돌아보세요. 힘들어 보이는 사람이 있다면 오늘 용기 내어 다가가보세요. 당신의 작은 관심이 누군가에게는 어둠 속의 빛이 될 수 있습니다. 완벽한 말을 찾으려 하지 마세요. 진심 어린 존재만으로도 충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