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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 없는 사회 만들기에 기여하기

by mindstree 2025. 10. 24.

5년 전 저는 정신과 상담을 받는다는 사실을 철저히 숨겼습니다. 친구들에게는 치과 간다고 거짓말하고, 회사에서는 개인 사유로 반차를 냈습니다. 상담실 앞에서 아는 사람을 마주칠까 두려워 주변을 살폈고, 약국에서 항우울제를 받을 때도 고개를 숙였습니다. 그 수치심과 두려움의 근원은 제 안의 편견이었습니다. 정신과 치료를 받는다는 것은 약하다는 증거이고, 정상이 아니라는 낙인이라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1년간의 치료 후 저는 깨달았습니다. 문제는 제가 아니라 사회가 만든 편견이었다는 것을 말입니다. 연구에 따르면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 때문에 실제로 도움이 필요한 사람의 60퍼센트가 치료를 미루거나 포기한다고 합니다. 편견은 개인의 고통을 넘어 사회 전체의 건강을 해칩니다. 저는 더 이상 숨지 않기로 했고, 편견 없는 사회를 만드는 데 작은 역할이라도 하기로 결심했습니다.

내면의 편견 인식하고 해체하기

편견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첫걸음은 역설적으로 자신의 편견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저는 타인의 정신건강 문제에 대해서는 이해심이 많다고 생각했지만, 제 자신의 문제는 받아들이기 어려웠습니다. 다른 사람은 괜찮지만 나는 약해서는 안 된다는 이중 잣대가 있었습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내면화된 낙인이라고 부릅니다. 사회의 부정적 시선을 자신에게 적용하는 것입니다. 저는 상담사와 함께 제 편견을 탐색했습니다. 왜 정신과 치료가 부끄럽다고 느끼는지, 그 믿음이 어디서 왔는지 추적했습니다.

자동적 편견을 의식하는 연습도 했습니다. 뉴스에서 조현병 환자의 범죄 소식을 보면 자동으로 정신질환자는 위험하다는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하지만 잠시 멈추고 생각했습니다. 이것이 사실인가, 아니면 미디어가 만든 편향된 이미지인가. 실제 통계를 찾아보니 정신질환자의 폭력 비율은 일반인과 다르지 않았고, 오히려 그들이 범죄 피해자가 될 확률이 더 높았습니다. 이렇게 자동적으로 떠오르는 생각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며 편견을 해체할 수 있었습니다. 뇌는 지름길을 좋아하고 고정관념에 의존하지만, 의식적 노력으로 이를 바꿀 수 있습니다.

다양한 이야기를 접하는 것도 중요했습니다. 저는 정신질환 당사자들의 회복 스토리를 찾아 읽었습니다. 성공적으로 회복해 일상생활을 하는 사람들, 질환과 함께 살아가며 의미 있는 삶을 구축한 사람들의 이야기였습니다. 이러한 서사는 정신질환이 곧 무능력이나 위험과 동일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또한 유명인들이 자신의 멘탈헬스 경험을 공개적으로 나누는 것도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성공하고 존경받는 사람들도 우울증, 불안장애, 중독과 싸운다는 사실이 편견을 약화시켰습니다. 다양한 서사에 노출될수록 단일한 고정관념은 무너집니다.

일상에서 실천하는 포용적 행동

편견 해체는 머릿속에서만 일어나서는 안 됩니다. 행동으로 옮겨야 합니다. 저는 멘탈헬스에 대해 먼저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친구들과의 대화에서 요즘 스트레스 관리 어떻게 해, 나는 명상이 도움이 되더라 같은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꺼냈습니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점차 편해졌고 친구들도 자신의 어려움을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한 친구는 사실 나도 불안 때문에 힘들었는데 말하기 어려웠어라고 고백했습니다. 누군가 먼저 문을 열면 다른 사람들도 안전하다고 느끼며 들어옵니다.

차별적 언어나 행동을 목격했을 때 침묵하지 않는 것도 실천했습니다. 회식 자리에서 동료가 정신과 약 먹는다는 이유로 누군가를 놀렸을 때, 예전의 저라면 웃으며 넘어갔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말은 상처가 될 수 있어. 정신과 치료는 감기 치료와 다르지 않아라고 말합니다. 분위기가 어색해질 수 있지만, 이런 작은 개입이 규범을 만듭니다. 아무도 지적하지 않으면 그 행동이 용인되는 것처럼 보입니다. 한 사람이 용기 내어 말하면 비슷한 생각을 가진 다른 사람들도 힘을 얻습니다.

직장에서 포용적 문화를 만드는 데도 기여했습니다. 팀 회의에서 멘탈헬스 데이를 제안했습니다. 몸이 아플 때 병가를 내듯이, 정신적으로 힘들 때도 쉴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반대 의견도 있었지만, 번아웃으로 인한 생산성 저하와 이직률을 언급하며 설득했습니다. 결국 팀 내에서 시범적으로 시행하게 되었고, 효과가 좋아 다른 팀으로도 확산되었습니다. 또한 신입사원 오리엔테이션에 멘탈헬스 자원 소개를 포함시키자고 제안했습니다. 직원 지원 프로그램, 상담 서비스, 위기 상황 시 연락처를 명시적으로 알리는 것입니다. 이런 제도적 변화가 문화를 바꿉니다.

일상적인 언어 사용에도 주의를 기울였습니다. 정신질환을 비유로 사용하는 표현들을 피했습니다. 완전 정신분열 같아 대신 혼란스러워, 강박증 있어 대신 꼼꼼해 같은 표현을 선택했습니다. 또한 사람 우선 언어를 사용했습니다. 조현병 환자 대신 조현병을 가진 사람, 중독자 대신 중독으로부터 회복 중인 사람처럼 말입니다. 이는 질환이 그 사람의 정체성 전부가 아니라 일부임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언어는 생각을 반영할 뿐 아니라 생각을 만들기도 합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가 바뀌면 인식도 따라 바뀝니다.

구조적 변화를 위한 적극적 참여

개인의 행동 변화도 중요하지만, 시스템이 바뀌어야 지속 가능한 변화가 일어납니다. 저는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자문위원회에 자원했습니다. 일반 시민의 관점에서 서비스 개선 방안을 제안하는 역할이었습니다. 센터 홍보가 부족해 존재조차 모르는 사람이 많다는 점,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온라인 상담을 확대해야 한다는 점 등을 건의했습니다. 또한 청년층을 위한 맞춤형 프로그램 개발도 제안했습니다. 정책은 당사자와 시민의 목소리가 반영될 때 현실적이고 효과적으로 만들어집니다.

교육 현장에서의 변화도 중요하다고 생각해 학교 운영위원회에 의견을 제출했습니다. 초등학교부터 정신건강 교육을 정규 교과에 포함시키자는 내용이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멘탈헬스가 신체 건강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배우면 편견이 형성되기 전에 예방할 수 있습니다. 또한 교사 대상 멘탈헬스 교육도 강화하자고 제안했습니다. 학생의 정신건강 문제를 조기에 발견하고 적절히 대응하려면 교사의 인식과 역량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교육은 다음 세대의 인식을 바꾸는 가장 강력한 도구입니다.

미디어 모니터링과 피드백 활동도 시작했습니다. 정신질환을 왜곡되거나 선정적으로 다루는 기사를 발견하면 해당 언론사에 정중하지만 명확한 의견을 보냈습니다. 정신질환자를 잠재적 범죄자처럼 묘사하는 것, 자살 보도 시 구체적 방법을 언급하는 것 등의 문제점을 지적했습니다. 반대로 책임 있고 균형 잡힌 보도를 한 언론사에는 감사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긍정적 강화도 중요합니다. 또한 제작진에게 정신건강 관련 올바른 정보원을 소개하고, 전문가 자문을 받을 것을 권유했습니다. 미디어는 대중의 인식에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므로 책임 있는 보도가 필수적입니다.

정치적 참여도 놓치지 않았습니다. 선거 때마다 후보자들의 정신건강 정책 공약을 비교하고, 이를 기준으로 투표했습니다. 정신건강 예산 확대, 치료비 지원 강화, 차별 금지법 제정 등의 공약을 제시한 후보를 지지했습니다. 또한 국회 청원 시스템을 활용해 정신건강 관련 입법을 요구하는 청원에 서명하고 주변에 알렸습니다. 정치인들은 유권자의 목소리에 반응합니다. 우리가 멘탈헬스를 중요한 이슈로 만들면 정책도 따라옵니다. 투표권은 사회를 바꾸는 강력한 도구이며, 우리는 이를 전략적으로 사용해야 합니다.

편견 없는 사회는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의식적인 노력과 행동이 모여 만들어집니다. 저는 5년 전 상담실에 숨어 들어가던 사람에서, 이제는 동료들에게 나도 상담 받았어, 도움이 됐어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제 주변의 문화도 조금씩 바뀌고 있습니다. 멘탈헬스에 대해 편하게 이야기하고, 어려울 때 서로 도움을 구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었습니다. 이 변화는 제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 함께 노력한 사람들의 결과입니다. 당신도 오늘부터 시작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편견을 인정하고, 차별에 침묵하지 않고, 포용적 문화를 만드는 데 목소리를 내세요. 작은 물결들이 모여 큰 파도를 만듭니다. 편견 없는 사회는 먼 미래가 아니라 우리가 만들어가는 현재입니다.